"법을 지키고자 해도 지킬 수가 없다"
"법을 시행하는 기관이 업무를 기만하는 것이냐"
"신고 제대로 안되면 고소해야겠다"
시행 20일도 채 남지 않은 CSO 신고제를 두고 관련업계 불만이 더 커진 상황이다. 교육과 신고관련 문제를 포함해 사실상 지난 번과 같은 수준의 발표가 이어졌다는 평가 속에 제도 설명회의 채팅창은 말그대로 '분노'로 들끓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일 오후 온ㆍ오프라인을 통해 'CSO 신고제' 등을 골자로 하는 '19일 시행 약사법' 개정안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현재까지 진행사항과 함께 향후 정부의 계획, 미연에 대비하기 위한 법조계 의견이 공유됐다.
시작과 함께 1000여명이 온라인 실시간 영상을 시청할 만큼 설명회는 관심이 뜨거웠다. 당장 법 시행은 17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좀 더 명확한 해석을 듣기 위해 제약사 및 CSO 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설명회라서 모였는데 '답답하다' 연발
참석자들 서로 '해석’해주는 광경도
설명회에서 보건복지부 측은 CSO 신고제와 관련해 교육 의무를 비롯해 필요서류, 신고 절차 등을 소개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약품 판촉영업자의 경우 법인의 대표자와 이사 그리고 실제 판촉을 담당하는 CSO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즉, 회사 내 판촉 영업을 수행하지 않는 사무직을 제외하면 모두 교육의 대상이 된다.
여기에 회사 임원의 경우 진단서 등을 받아 신고시 관할 지자체 기관(시군구청)에 제시해야 한다. 다만 이 경우 19일 전까지 실제 시행이 되지 않았기에 현재 신고는 불가능하며 19일 이후 신고 접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CSO는 의약품 취급자 지위가 없어 견본품 제공이 불가능한만큼 의약품 취급자 지위를 가진 사업자번호를 등록해 신고를 해야 한다. 만약 의약품을 유통하는 업체가 CSO를 같이 할 경우 유통업체와 같은 사업자 번호를 활용해야 한다.
교육은 현재 6개월 정도 교육의무가 있지만 여기에 6개월을 더해 시행후 1년간 유예 가능성이 점쳐 진다. 다만 관리 문제로 교육기관을 단수로 정해 이들이 모두 한 곳에서 교육을 받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복지부 측 설명이다.
만약 A제약사에게서 직접 영업을 대행받는 것이 아닌 2차 업체 B, 3차 업체 C 등으로 재하청이 이뤄지는 경우 C가 B에게 변동사항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A가 관련 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말이 이어지자 CSO 측에서는 현장 상황을 모르고 있다는 댓글이 나오기 시작했다. 먼저 접수 기간의 경우 법 시행은 19일이지만 해당 일자는 토요일로 실제 접수를 18일까지 마쳐야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시작됐다. 여기에 견본품 제공 상황은 사실상 유통업체가 아니면 어렵다는 점도 나왔다. 유통업체와 계약을 맺은 CSO 혹은 유통업체의 계열사인 CSO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업자 번호가 부여되는 데 이 경우 사실상 견본품도 줄 수 없는 영업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사실상 '유통업체가 CSO 영업을 하라는 것이냐'는 비아냥도 나왔다.
재하청 여부 역시 불만이 많았다. 가령 현재 재하청 등을 통해 많게는 4차 하청을 받는 CSO도 있는데 이들 업체는 제약사 측과 이어지지 않았음에도 판매를 위탁받은 3차 업체에게 관련 사항을 보고하지 않고 1차 업체로 직접 통하도록 하는 것 자체가 현실을 모른다는 지적이다.
업계가 이같은 지적을 하는 사이 복지부 측 대답은 이들을 말그대로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가령 판촉 관련 계약서를 작성할 경우 19일이 토요일인데 어찌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복지부 측은 "(시행일이) 토요일이니 소명을 하면 상대적으로 상관이 없겠지만 (양측의 말이) 일치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여기에 '법을 시행하면서 정부 측이 해석을 명확하게 해주지 않으면 위법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또 현재 법이 시행되지 않아 사전 신고가 불가능하다며 신고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는 의견과 함께 일단은 신고 접수증을 19일 받아놓으라’는 해석에 법 시행에 맞춰 기본적인 것을 '세팅'해놔야지 시행하고서 하나하나 문제 요소를 해결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질문세례가 이어졌다. 실제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관할 구청 등에 전화를 해도 관련 내용을 모르고 있다는 댓글들도 속속 올라왔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던 이들 역시 불만의 댓글을 올렸다. 사업자번호가 없는 경우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제가 쌓여있어 CSO 회사에 적을 두게 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제약사 측도 답답함을 표했다. CSO 소속 직원이 변동될 경우 CSO가 보고를 하지 않고 제약사가 계약을 맺은 CSO 내 인원을 파악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계약서의 경우 제약이나 유통으로부터 CSO가 판촉 내용보다 수량 등의 계약서를 가지고 있으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 나왔으나 단서조항 상으로 '별도의 계약서를 쓰는 것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오면서 제약사들 사이에서도 이랬다 저랬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는 비판의 댓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여기에 판촉 영업자가 위법 행위를 했을 때 누가 문제가 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말로 인해 사실상 모든 책임이 제약사에 전가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댓글에서는 제약사나 CSO 들이 각자가 들은 바와 시행 예정인 약사법 관련 내용을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진단서는 어디서든 된다더라', '신고를 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더라', '교육은 어느 정도 유예될 것이라더라' 등의 이야기를 서로 전하며 서로가 발표를 해석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설명회라고 쓰고 정작 설명은 안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업계의 불만은 결국 해당 제도가 '시행된다’는 사실만 가진 채 체계적인 절차를 갖추지는 못했다는 지적에서 시작된다. 실제 <히트뉴스>는 수 차례 취재를 통해 세부 신고 과정에서 필요한 명확한 일자와 낮은 규정 이해도, 교육 절차 등에서 업계가 혼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바 있다.
그런데도 그나마 나온 것이라면 교육의무의 유예 수준이고 나머지는 사실상 개정 법안을 설명한 이후 실제로 크게 진행된 것이 없다는 지적이 사실상 현직자들의 '불타는 채팅창'에서 폭발한 셈이다.
"CSO 신고제 하려고…" 보건소에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그게 뭔가요?"
<히트뉴스>는 설명회가 열리는 당일 서울시 수 개 보건소에 전화를 돌렸다. 댓글 중 약무를 담당하고 있는 보건소 측에서 시행 사실 자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날 전화를 받은 A구 보건소의 경우 진단서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지만 정작 보건소도 구청도 CSO 신고제와 관련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구청 역시 답변을 물으려면 보건소에서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만을 남겼다.
서울시내 B구 보건소와 C구 보건소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심지어 CSO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제약사의 영업 업무를 대신해주는 회사이고, 약사법이 바뀌면서 19일부터 신고제를 통해 등록을 해야 하고' 등의 이야기를 도돌이표처럼 몇 번이고 반복하기도 했다.
이는 비단 서울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라는 게 한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현재 한 CSO에 적을 두고 있는 업계 관계자는 "(내가 속한 회사) 역시 19일 시행임에도 관할 보건소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들었다"며 "교육은 커녕 정작 (업체가 말한 걸) 관할 지자체도 모르고 있으니 이래서 무슨 법이 시행이 되겠느냐. 일단 질러놓고 일터지면 문제를 하나하나씩 잡겠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다만 업계의 답답함은 정부 역시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는 말도 이어진다. 이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측에서 이야기한 내용이 답답했던 이유 역시 복지부도 무언가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더라"라며 "해석을 하기에는 세부적인 내용이 너무 부족한 상황이어서 '이렇게 되지 않을까' 수준의 이야기를 한 것이 오히려 업계에겐 혼선을 준 것이 아닐까 싶다. 복지부가 제도를 이해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는 의료공백 문제에 힘을 쏟다보니 정작 나머지 중요한 문제가 배제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급여 인하 등을 비롯해 비대면 진료 등 약업계를 관통하는 주요 정책이 사실상 멈춰 있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니냐는 뜻이다.
설명회를 열었지만 비판회가 되어버린, 이제 2주 남짓을 남긴 CSO 신고제가 과연 제도 시행 이후 어떤 문제가 벌어질 지 그리고 그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 지는 향후 지켜봐야 할 듯 보인다.
히트뉴스 이우진 기자
출처 : http://www.hi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7953